각설하고, (김민정 산문)
김민정 저 | 한겨레출판사 | 2013.12.27
<책 소개>
솔직한 언어와 역동적인 감각으로
주목받아온 시인 김민정의 첫 산문집
《각설하고,》가 출간되었다.
등단 후 근 14년간 여러 매체에 연재했던
글 가운데서 묶어낸 이 책은
책을 쓰는 삶(시인)과
책을 만드는 삶(편집자)을
동시에 살아가는 그녀가
일상 속에서 스쳐가는
‘순간순간들의 등짝에다
찍찍 포스트잇을 붙여야 했’던 것들의
기록이다.
그 기록은 시, 사람,
그리고 사랑에 관한 것들이다.
<홀릭의 책 리뷰>
'각설하다'는 '말이나 글 따위에서,
이제까지 다루던 내용을 그만두고
화제를 다른 쪽으로 돌리다.'라는 뜻이다.
제목이 눈길을 끌어서
도서관에서 집어든 책이었다.
'각설하고,' 뒤에 오는 내용은
솔직한 심정일 것 같아서였다.
그림없이 글만 빽빽한 책인 점이 독특했다.
가끔은 활자만 가득찬 책들을
읽고싶어질 때가 있는데,
마침 그 타이밍에 보게된 책이었다.
이 책은 김민정 시인의 짧은글,
언론 기고글을 모아 만든 책이다.
특히 640자에 맞춰 기고했던 글들이,
분량은 짧으면서 긴 여운이 느껴졌다.
글속에 흥과 풍류가 있고,
일상생활에서도 바른 소리를 숨기지 않는
시인의 면모를 낱낱이 보여주었다.
산문을 통해서 시와 시인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는 책이었다.
<책갈피>
1.
이게 사는 걸까.
어떤 사람으로 어떻게 살아야
지극히 온당한 삶이라 할까.
그 소싯적 화두에
여러 달째 불면의 밤을 보내는데
한 어르신이 이런 메시지를 보내오셨다.
'내려놓기! 가끔 내버려두기'
2.
시인들 말이야,
죽기 전에 자선 시 한 열 편 정도
낭송한 거 녹음해뒀다가
장례식장에 틀어놓으면 어떨까?
- 좋긴 한데... ...너무 슬프지 않을까.
무지 눈물 나지 않을까.
그래도 마지막 가는 길에
자기 시 듣고 가면 덜 외롭지 않겠어?
3.
그 많던 화분을 다 죽여버린 나와 달리
부모님 집 베란다는
평생이 사시사철 푸르다.
채 열을 넘지 않지만 저마다 이름이 있고
어느 하나 어느 하루
손 안타는 녀석이 없다.
나는 그렇게 컸을 것이다.
4.
잘 속고 잘 속죄하나
잘 속이지 못하고 잘 솎아내지 못하는 나.
어떤식으로든 변명으로밖에 들릴 리 없는
이 빤한 글을 쓰고 있는 건
그럼에도 한 시인의 말마따나
나는 미래로 가는 차,
어쨌든 나아감을 믿는 바퀴로
구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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