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헤어지는 하루
서유미 저 | 창비 | 2018.7.20
<홀릭의 책 리뷰>
창비에서 서평단으로 당첨된 책이다.
서유미 작가님의 책 <홀딩,턴>은
올해 초에도 서평을 작성했었고,
실제로 그전 장편들
(판타스틱 개미지옥, 쿨하게 한걸음,
당신의 몬스터, 홀딩 턴)의 팬이었다
장편만 읽어왔기에 단편은 어떨지 궁금했다.
이 책을 읽고
"모두가 헤어지는 하루"라는
제목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봤다.
헤어짐은 사랑하는 대상이 떠났거나,
함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모두'는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일상의 이별들을
객관적인 문체로 이야기한다.
20대~60대 세대 공감을
이끌어 내는 단편들로
'2018년 현재' 일어나는
삶의 그림자를 찬찬히 비춰준다.
<에트르>
고급 빵집 '에트르'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인 주인공.
빵집에서 주6일 내리 일하지만
유리창 너머 비싼 케이크는 "그림의 떡"이다.
주인공에게 서울도 스쳐가는 곳일 뿐이다.
알바를 전전할 수 밖에 없는
서른살의 모습을 보여준다.
뿌리내리지 못한 모습에 쓸쓸함을 느꼈다.
<개의 나날>
주인공은 음지에서
떳떳하지 못한 일로 돈을 번다.
돈이 생기면 먹고 마시는데
다 허비하는 나날을 보낸다.
하류인생을 살아가는 그에게
어린시절 유일하게
온정을 주었던 아저씨의 기억.
아저씨가 죽고 그의 앞으로
남긴 유품이 도착하는데..
눈물이 날 것 같은 이야기였다.
<휴가>
극사실주의 소설로,
휴가는 회색조로 진행된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부부가 등장한다.
모처럼의 휴가이지만
회사에서 근무하는 것과
별다를 것 없는 날이었다.
<뒷모습의 발견>
아내는 속초 여행에서 남편의 실종을 접한다.
그 여행은 결혼 10주년 여행이었다.
결혼예물인 귀걸이를 잃어버리고,
태풍이 다가오는
불길한 징조를 놓치지 못한다.
무언가를 잃어버린 후에야
그 사람에 대해 돌이켜보게 되는 걸까.
<이후의 삶>
주인공은 부부싸움 후
사우나로 도피하는 것이 습관이다.
이혼을 겪고, 본격적으로
사우나에서 숙식하게 된다.
사우나라는 공간은,
마음 둘 곳 없는 사람들에게
밥 먹고 씻고 잠을 자고 여가를 보내는
'가족 빼고 다 있는 공간'으로 등장한다.
사우나를 스쳐가는 사람들의
익명성과 개방성이 있는 공간으로
설정한 점이 흥미로웠다.
<변해가네>
중요한 날이 겹치는 타이밍이 있다.
딸의 출산날, 그리고
치매 증상이 심해진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시고 가는 하루.
자식으로서의 도리를 해야 하고,
자식 걱정하다 하루가 간다.
그 날은
인생을 돌이켜보는 중요한 하루였다.
<책갈피>
1.
집에 대한 고민은
새해맞이 케이크로 어떤 걸 고를까,처럼
간단하거나 달콤하지 않았다.
휴식시간이 줄어들거나
휴식의 공간이 좁아지는 것,
둘 중에 어느 쪽이 더 견디기 쉬울 지
선택하기 어려웠다.
- 에트르 / 서유미
2.
완전히 헤어지는 게
아니라는 말은 거짓이었다.
나는 하굣길에도
뒤에서 어른의 발 소리가 나면
조심스럽게 돌아보곤 했다.
그러나 등 뒤에는 늘
낯선 사람이 서 있었다.
그때마다 세상에 나 혼자뿐이라는 걸,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고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걸 확신했다.
- 개의 나날 / 서유미
3.
꿈조차 없는 잠에서
쫓겨나듯 깨어나면
온몸이 식은땀으로 축축했다.
이혼을 통해 불행에 대한 맷집이 세졌고
더 나빠질 게 없다고 자신했는데
농축된 불행을
한두 스푼 삼킨 것에 불과했다.
- 이후의 삶 / 서유미
4.
환갑쯤 되고 보니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그저 그때 힘들었지, 라는
전체적인 인상만 남아 있을 뿐
세세한 내용은 흐릿해졌다.
이 일과 저 일의 경중,
아픔과 후회가 뒤섞여 구별이 어려워졌고
몇개의 장면, 몇마디의 말, 표정만이 남았다.
- 변해가네 / 서유미
* 이 포스팅은 서평단 이벤트에 응모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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