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장을 넘기면 나오는 저자의 싸인과 문구.
<홀릭의 책 리뷰>
<보통의 존재>, <언제 들어도 좋은 말>
두 권을 몰입하여 읽었기에
목을 빼고 출간을 기다린 책이었다.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
달이 뜬 밤,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들려줄 것 같은 제목이었다.
전작보다 조금 더 내밀하고,
농도가 짙은 이야기들이다.
보통의 존재 이후의 이야기를
그는 묵묵히, 계속해서 써내려 갔다.
가까운 사람에게 힘든 일이 생겼을 때에도
그저 연락을 하지 않는 게
도와주는 거라는 말에
며칠째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고 있네요
-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 中
작가 이석원은 여전히
일상의 면면들을 담백하게 들려준다.
친구를 떠나보내는 일,
가족과 생계의 문제,
일, 나이든다는 것, 여행 등
느낄 수 있는 공감대가 많았다.
나는 그 친구가 있던 서른세 살 때까지
외로움이란 말을 잠시 잊은 채 살았다
-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 中
아름다운 한 문장이었다.
가장 친했던 친구의 죽음을 이야기하며,
서글픔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세상의 어떤 명서도 내 그릇만큼 읽힌다.
여행도 마찬가지이다.
오랜만에 집을 떠나면서 나는
외롭지 않고 불편하지 않으려고 조바심치다
그 모든 것들이 여행이 아닌 구경이 되어버렸다.
-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 中
여행을 찬양하고 권하는 책들이 즐비한데,
이 대목은 여행 실패담에 가깝다.
여행의 돌발상황을 피하려고 하다
그 무게에 짓눌려
여행을 즐기지 못한 때가 생각났다.
결국 여행을 받아들일
열린 마음인지가 중요한 것 같다.
갑자기 떠안게 된 가족의 생계의 문제는
나를 세상으로부터 완전히 단절시킨 채
오로지 글에만 매달리게 했다.
그 완벽했던 집중의 시간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 中
이석원 가족의 생계 문제가 가장 심각했던 시기에,
반전스럽게도 글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고 한다.
글을 써서 부모님을 살려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그렇게 나온 책이 <보통의 존재>였다.
작가가 되기 전, 그는 뮤지션이었다.
오래 해오던 음악을 접으며 이런 말을 남겼다.
"좋아하는 음악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해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저는 음악이 일이 되어버린 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언니네이발관 은퇴의 말 중에서
하나의 길을 닫으면
다른 길이 또 열리는 법인가 보다.
그는 글을 쓰며 또다른 삶을 살고 있고
독자들에게 행복을 준다.
어릴 적, 친구가 어떤 만화책을 권하면서
넌 이제 며칠 동안은 행복해질 수 있을거야,
라고 했을 때,
아 그렇지 그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야,
라고 생각했다.
그런 행복을 줄 수 있는 작가가 되는 것.
-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 中
이 책을 기다리는 며칠 동안 설렜고,
읽는 동안 행복했기에
작가의 꿈은 이미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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