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읽기2019. 1. 14. 20:48

최은영 소설




몫 

최은영 글 | 손은경 그림 | 미메시스 | 2018.09.01






<책 소개>

2030세대를 대표하는 

소설가와 일러스트레이터의 

단편 소설 시리즈 '테이크아웃' 제11권 『몫』.

학교 신문편집부에서 만난 희영과 나, 그리고 정윤.

글 쓰는 일에 마음을 쏟는 

그녀들의 성장 과정을 담은 소설로, 

각자 지어가는 삶의 단편적인 모습과 함께 배치된다. 

콘트리트의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고

건조한 질감 속에서 

생기를 머금고 피어오르는 

손은경의 초록으로 형상화된다.







최은영 몫

책 표지를 펼치면 하나의 그림이 된다. / 그림 - 손은경 





<홀릭의 책 리뷰>


테이크아웃 소설 시리즈는 

손바닥만한 크기의 얇은 책으로,

이동중에 보기에 편리하다.


대학생 때 교지 편집부원으로 만난 

3명(해진, 희영, 정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나(해진)는 글을 쓰고 싶지만 평범하고

뛰어난 글을 쓰지 못한다고 느끼는 인물이다.

나와 함께 편집부원으로 들어온 희영은,

글에 특별함과 날카로움이 있다. 

이런 희영을 나(해진)는 내심 견제하고, 

편집부원 모두가 

희영의 글에 뛰어남을 느끼면서도 칭찬하지 않는다.


나(해진)는 세월이 흐른뒤

한 학년 선배 정윤을 

학교에서 우연히 마주치고 시작되는 이야기다.






-


희영이 기지촌 여성 문제를 

회의 테이블에 올렸을 때,

당신은 그녀가 너무 멀리 갔다고 생각했다.


몫 / 최은영 

-




대학 교지 편집부에서는 

사회활동을 주제로 다룬다.

1997년도를 배경으로 하는데,

이때는 IMF처럼 굵직한 사건이 많이 터졌다.

여성문제는 거론되기 어려운 시절이었다.

그럼에도 기지촌 사건 등 여성문제를 끊임없이

건져올린 희영.

그녀의 모습은 외로워 보였다.



글쓰기



-

글 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나서, 

정말로 글을 써야 하는 사람들은 모두 떠나고 

쓸 줄 모르는 당신만 남아 

글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던 날들이 있었다.

그 나날이 길었다.


몫 / 최은영 

-


대학시절 편집부로 

비슷한 생활을 하던 세 사람은 

사회로 나간 후

매우 다른 길을 걷는다.

글을 쓸줄 모른다고 느꼈던 해진이 

편집부에 가장 오래 남아

글쓰는 일을 계속한다.




-

기지촌 활동가들이 만든 

소식지를 읽으며 마음이 끌렸다고,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 

그곳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하는 

희영의 얼굴을 당신은 곱게 바라볼 수가 없었다.


몫 / 최은영 


반면 대학생 때 

글쓰기에 두각을 보이던 희영은 

기지촌으로 들어가 

그 속의 여성들과 함께 생활하는 

사회활동가의 삶을 산다. 





-

희영은 열어놓은 창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기 싫었어.

읽고 쓰는 것만으로 

나는 어느 정도 내 몫을 했다, 하고 

부채감 털어 버리고 사는 사람들 있잖아.


몫 / 최은영 




치열한 삶으로 들어가느냐, 

글을 쓰느냐.

두 갈래의 길에서, 

해진의 입장에 더 이입이 되었다. 

희영의 생각은 백번 맞는 말이지만 

그속으로 직접 뛰어들 용기가 부족하다.   

해진의 입장에서 본 희영은 

현장(기지촌)에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

사회적,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경외스러운 눈길과 안쓰러움의 

양가감정이 들었으리라. 




막힘없이 얇게 흐르는 물처럼

이 소설은 흘러가다가,

한 지점에 도달한다. 


현장 밖에 있는 자,

말과 글로 전달하는 

사람의 한계를 비췄다고 생각했다. 


책장을 덮고도 

한동안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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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대로 읽기2018. 12. 9. 20:05

단편소설 리뷰





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2018년) 제21회 창비신인소설상 당선작 













<홀릭의 단편 리뷰>


'일의 기쁨과 슬픔'은 

A4 13페이지 분량의 단편소설이다.


어처구니 없는 갑질과 

'을'들의 연대가 드러나는 소설이다.


앱 개발


주인공은 판교 테크노밸리에 위치한,

10명 남짓한 인원의 

스타트업 회사에 다닌다. 

앱을 개발하는 회사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소설 속 유비카드는 

공연유치에 혈안을 올리는

모 신용카드사와 너무 닮았다. 

SNS를 누구보다 빠르게 

활용하는 대표도, 리얼하다.

그 대표는 월급을 신용카드 포인트로 주시는 

갑질까지 하사하신다. 

이 사실이 사내에서는 그리 길게 

놀랄일이 아니었다는 것까지도, 현실적이었다.


 내가 직접 들은 이야기도 많다. 

 회사에서 밥을 지어서 

 대표에게 매일 바칠 뻔한 현대판 식모 이야기,

 맘에 안든다며 문서를 내동댕이치고 

 욕설을 들은 샌드백 이야기, 등등. 

실제 벌어진 일들이다.


한편으로는 

'덕질하는 직장인'으로서 

내 얘기 같은 지점이 있어 기뻤다.






레고


콘서트 덕질,레고 덕질 등 

현 직장인이 좋아하는 소재들이 등장한다.

회사에서 콘서트 표 예매하려고 

퇴근을 늦게 하는 일이 있었다.

콘서트 티켓팅 표는

저녁 6시 혹은 8시 즈음 

풀리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이처럼 현실을 잘 읽는 소설에서 

빠질수 없는 부분은 "연대"라고 생각한다. 

 '거북이알'과 나, 

 나와 케빈과의 연결고리는 덕질이다.

 이들은 모두 회사에 소속된 

 을이라는 점이 공통적이다. 


 현실속 직장인의 포인트들을 찾아, 

 유쾌하게 터트려주는 그런 소설이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소설은

 마음 터놓는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갑다. 

 "나만 혼자서 견디는 게 아니구나"

  하는 위안이 드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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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대로 읽기2018. 7. 29. 23:20

서유미 소설집


 모두가 헤어지는 하루 

서유미 저 | 창비 | 2018.7.20


<홀릭의 책 리뷰>


창비에서 서평단으로 당첨된 책이다.

서유미 작가님의 책 <홀딩,턴>은 

올해 초에도 서평을 작성했었고,  

실제로 그전 장편들

(판타스틱 개미지옥, 쿨하게 한걸음,

당신의 몬스터, 홀딩 턴)의 팬이었다

장편만 읽어왔기에 단편은 어떨지 궁금했다. 


이 책을 읽고

 "모두가 헤어지는 하루"라는 

제목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봤다. 

헤어짐은 사랑하는 대상이 떠났거나, 

함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모두'는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일상의 이별들을

객관적인 문체로 이야기한다.  

20대~60대 세대 공감을

 이끌어 내는 단편들로

'2018년 현재' 일어나는

 삶의 그림자를 찬찬히 비춰준다.



<에트르>

고급 빵집 '에트르'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인 주인공.

빵집에서 주6일 내리 일하지만 

유리창 너머 비싼 케이크는 "그림의 떡"이다. 

주인공에게 서울도 스쳐가는 곳일 뿐이다. 

알바를 전전할 수 밖에 없는 

서른살의 모습을 보여준다. 

뿌리내리지 못한 모습에 쓸쓸함을 느꼈다. 


<개의 나날>

주인공은 음지에서 

떳떳하지 못한 일로 돈을 번다.

돈이 생기면 먹고 마시는데 

다 허비하는 나날을 보낸다.

하류인생을 살아가는 그에게 

어린시절 유일하게 

온정을 주었던 아저씨의 기억. 

아저씨가 죽고 그의 앞으로 

남긴 유품이 도착하는데..

눈물이 날 것 같은 이야기였다. 


<휴가>

극사실주의 소설로, 

휴가는 회색조로 진행된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부부가 등장한다.  

모처럼의 휴가이지만 

회사에서 근무하는 것과 

별다를 것 없는 날이었다. 


<뒷모습의 발견>

아내는 속초 여행에서 남편의 실종을 접한다. 

그 여행은 결혼 10주년 여행이었다.

결혼예물인 귀걸이를 잃어버리고,

태풍이 다가오는 

불길한 징조를 놓치지 못한다.

무언가를 잃어버린 후에야 

그 사람에 대해 돌이켜보게 되는 걸까. 


<이후의 삶>

주인공은 부부싸움 후 

사우나로 도피하는 것이 습관이다.

이혼을 겪고, 본격적으로 

사우나에서 숙식하게 된다. 

사우나라는 공간은, 

마음 둘 곳 없는 사람들에게 

밥 먹고 씻고 잠을 자고 여가를 보내는

'가족 빼고 다 있는 공간'으로 등장한다. 

사우나를 스쳐가는 사람들의 

익명성과 개방성이 있는 공간으로 

설정한 점이 흥미로웠다. 


<변해가네>

중요한 날이 겹치는 타이밍이 있다.

딸의 출산날, 그리고 

치매 증상이 심해진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시고 가는 하루. 

자식으로서의 도리를 해야 하고,

자식 걱정하다 하루가 간다.

그 날은 

인생을 돌이켜보는 중요한 하루였다. 




<책갈피>


1.

집에 대한 고민은 

새해맞이 케이크로 어떤 걸 고를까,처럼 

간단하거나 달콤하지 않았다.

휴식시간이 줄어들거나 

휴식의 공간이 좁아지는 것, 

둘 중에 어느 쪽이 더 견디기 쉬울 지 

선택하기 어려웠다. 

- 에트르 / 서유미 


2.

완전히 헤어지는 게 

아니라는 말은 거짓이었다.

나는 하굣길에도 

뒤에서 어른의 발 소리가 나면 

조심스럽게 돌아보곤 했다.

그러나 등 뒤에는 늘 

낯선 사람이 서 있었다.

그때마다 세상에 나 혼자뿐이라는 걸,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고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걸 확신했다. 

- 개의 나날 / 서유미


3.

꿈조차 없는 잠에서 

쫓겨나듯 깨어나면 

온몸이 식은땀으로 축축했다.

이혼을 통해 불행에 대한 맷집이 세졌고

더 나빠질 게 없다고 자신했는데

농축된 불행을 

한두 스푼 삼킨 것에 불과했다.

- 이후의 삶 / 서유미 


4.

환갑쯤 되고 보니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그저 그때 힘들었지, 라는 

전체적인 인상만 남아 있을 뿐 

세세한 내용은 흐릿해졌다.

이 일과 저 일의 경중, 

아픔과 후회가 뒤섞여 구별이 어려워졌고

몇개의 장면, 몇마디의 말, 표정만이 남았다. 

- 변해가네 / 서유미



* 이 포스팅은 서평단 이벤트에 응모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











Posted by luvholic
내맘대로 읽기2017. 11. 24. 09:54


읽는 도중 울컥하는 감정들.. 

나에게만 틀어박혔던 이기적인 시간들이 떠올랐다.

주인공 소유는 가장 가까이에 있던 할아버지와 엄마를 이해하게 되기까지, 오래도 걸렸구나.

'쇼코의 미소'는 내게 따뜻함과 위안을 주었다.
















Posted by luvhol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