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읽기2019. 7. 14. 00:45

윤성희 장편소설 상냥한 사람



상냥한 사람 

윤성희 저 | 창비 | 2019.06.28



<책 소개>

무수한 별처럼 작고 희미한 삶들을 향한 위로 


형민의 이야기로 시작된 소설은 

사회자에서 형민의 어머니, 

형민의 아내, 형민의 딸, 

형민이 다니는 회사의 조과장, 박대리 등 

수많은 사람들의 삶으로 가지를 뻗어나가며 

결국 삶은 작은 행복과 실패, 

기쁨과 슬픔이 섞인 것임을, 

인간은 항상 나쁜 사람이나 

항상 좋은 사람이 아니라 

그저 살아내는 존재일 뿐이라는 것을 

끈질기고도 정직하게 그려낸다.





인간이란 존재는 

어느 정도의 슬픔을 감당할 수 있을까?

집으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기 전에 나는 

주머니를 들여다보고 물었다.

작가는 어느 정도의 슬픔이 적절한지,

또 어느 정도의 희망이 적절한지 

판단할 수 있는 존재일까?

두 손을 가만히 쳐다보면서 나는 물었다.

그 질문에 답을 할 수 없어서 나는 무서웠다.

잘 모르겠다고 수십번 중얼거린 뒤,

나는 겨우 용기를 내어 

상냥한 사람을 주머니에서 꺼냈다.

닳고 해진 이야기.

나는 그 이야기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문장을 적었다.


2019년 여름 윤성희, 
<상냥한 사람> 작가의 말 









밤에 별똥별이 떨어지는 표지가 예뻤다.





<홀릭의 책 리뷰>


[그때 그사람, 어린 진구] 


주인공 형민은 tv프로에 출연해

38년전 아역배우 시절을 회상하며 소설은 시작한다.

형민의 어린시절은 

'진구'였을 때의 기억이기도 하다.

형민은 가난한 아이 '진구' 역을 맡아 

진구로 계속 불렸다. 




문방구



형민은 기특한 아이로 기억되었다.

진구의 동생 역이었던 민지는 

형민을 상냥한 사람으로 여겼다. 

형민이 아역배우때 찍은 단 하나의 드라마 

"형구네 고물상"은 유일한 작품이 되었다.

가난한 역할을 하고싶지 않다고 했을 뿐인데 

다시는 출연기회가 없었다. 







착하고 상냥한 어린 진구는 

꼬리표처럼 형민의 인생에 따라다녔다.
 
어린 진구와 관련된 인물들을 

형민은 화면 속에서 만난다. 

극중 진구로 있었던 일들이 마치 

실제 형민이 겪었던 일처럼 다가오는 경험한다.

상냥한 사람, 형민에게는 착하고 친절한 

모습만이 있는건 아니다. 

삶의 복합성을 보여줬다.

살다보면 어릴적 생각한 자신의 모습에서
 
멀리 와버렸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 지점을 명확히 표현해준 소설이었다. 





-

환한 대낮에 자신을 미워하는 일은 힘들었지만 

이상하게도 어둠 속에서는 괜찮았다.

어둠 속에서는 미워하는 마음조차도 위로가 되었다.

- 상냥한 사람, 윤성희 












[마냥 슬프지 않은, 따뜻한 묘사] 


이 소설은 따뜻한 묘사가 특징이었다.

형민의 어머니, 아버지의 일화들부터  

상실에 가까운 일들도 

잔잔하게 펼쳐놓는다.

슬픔이 마냥 슬프지만은 않게 느껴졌다.


그리고 주인공은 형민이지만 

화자는 형민의 아내, 

박대리, 강차장 등의 인물로 옮겨간다.

이렇다할 커다란 갈등 요소 없이도
 
희노애락을 보여주었다. 

도란도란 옛날 추억담에서 시작해 

현재에 이윽고 도착한다.

이야기 자락을 돌아 

천천히 가는 호흡이 따뜻한 소설이었다.







이 포스팅은 서평단에 응모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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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대로 읽기2019. 5. 9. 18:03

이희주 환상통



환상통 

(제5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수상작)

이희주 저 | 문학동네 | 2016.08.18




<책 소개>

열렬히 사랑하는 존재들의 이야기!

제5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수상작 『환상통』. 

아이돌 그룹의 한 멤버를 사랑하는 

이십대 여성 M과 만옥,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한 남자의 목소리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팬'보다는 '빠순이'라는 단어로 불리는

아이돌 그룹에 열광하는 어린 여성들, 

'빠순이'인 당사자의 시선을 담은 특별한 소설로, 

아이돌 팬덤에 대한 생생한 증언이자 

그 사랑의 특수성에 대한 

섬세한 기록을 만나볼 수 있다.










<홀릭의 책 리뷰>



프로듀스x 방영을 시작했다.

1시즌의 아이오아이, 2시즌의 워너원, 

3시즌의 아이즈원까지 연달아 대박을 터트렸다.

볼만큼 본 구성인데도 

프로듀스 x의 열기는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아이돌에 열광하는 심리는 뭘까? 





무대



여기 아이돌과 팬의 관계를 그린 소설, 

<환상통>이 있다. 

소위 코어 팬들은 돈과 시간을 모두 아이돌에게 쓴다. 

자나 깨나 스트리밍, 댓글관리에도 힘쓰며 

팬싸인회 당첨을 위해 앨범을 박스째로 사기도 한다.

돈 쓰는데서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적용될 법하다. 

<환상통>은 이러한 아이돌 코어 팬의 심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소설이다. 





방송국 앞에서, 

사람들이 경멸에 찬 눈으로 보거나 

욕을 하고 지나갈 때마다 나는 생각합니다. 

당신은 평생 이 정도로 사랑하는 감정을 

알지 못할 거야, 라구요. 

- 환상통 中

 




만옥은 망상력을 바탕으로

아이돌그룹에 깊이 빠진 사람이다. 

사랑에 빠진 것이 운명이라고 믿고,

자신이 반한 아이돌을 

방방곡곡 따라다닌 베테랑 팬이다. 

나이는 20대 후반을 달려가고 있는 와중이다.

휴학생 'M'은 처음으로 

아이돌 공개 방송을 갔다가 만옥을 만난다. 

같은 아이돌 그룹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그 둘은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star



그저 누군가를 위해 

하루를 아낌없이 쓸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버린다는 게.

- 환상통 中 




하지만 감정의 유효기간이 다가오듯 

'M'은 계절의 흐름처럼 

별 이유 없이 팬을 그만두게 된다. 



아이돌 팬이 아니라면 

알 수 없는 감정을 

설득력 있게 풀어가서 재미있게 읽었다. 


B급 문화라고 칭하는 아이돌 문화가 

소설 속 화자를 통해 진지하게 읽히는 효과도 있었다.










편지


예를 들어 '아름답다'는 표현은 이미 수백 년 동안 

'아름다운 것'을 위해 봉사한 언어였다.

그러나 그것은 바로 그 점, 

이미 많은 이들이 가장 정확하다고 판단하여 사용한 탓에 

이제 막 사랑에 빠진 이가 상대를 수식하기에는 

너무 닳아버린 언어였다.

 - 환상통 中



<환상통>의 백미는 문장 표현에 있다.

사랑에 빠진 사람의 언어는 유려하기만 한가? 

마음은 넘쳐 흐르는데, 그 마음을 표현할 만한

도구의 한계를 콕 짚은 구절이었다. 




누군가를 좋아하다가 

그 감정이 다하고 

빠져나오는 것까지의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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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대로 읽기2018. 12. 9. 20:05

단편소설 리뷰





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2018년) 제21회 창비신인소설상 당선작 













<홀릭의 단편 리뷰>


'일의 기쁨과 슬픔'은 

A4 13페이지 분량의 단편소설이다.


어처구니 없는 갑질과 

'을'들의 연대가 드러나는 소설이다.


앱 개발


주인공은 판교 테크노밸리에 위치한,

10명 남짓한 인원의 

스타트업 회사에 다닌다. 

앱을 개발하는 회사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소설 속 유비카드는 

공연유치에 혈안을 올리는

모 신용카드사와 너무 닮았다. 

SNS를 누구보다 빠르게 

활용하는 대표도, 리얼하다.

그 대표는 월급을 신용카드 포인트로 주시는 

갑질까지 하사하신다. 

이 사실이 사내에서는 그리 길게 

놀랄일이 아니었다는 것까지도, 현실적이었다.


 내가 직접 들은 이야기도 많다. 

 회사에서 밥을 지어서 

 대표에게 매일 바칠 뻔한 현대판 식모 이야기,

 맘에 안든다며 문서를 내동댕이치고 

 욕설을 들은 샌드백 이야기, 등등. 

실제 벌어진 일들이다.


한편으로는 

'덕질하는 직장인'으로서 

내 얘기 같은 지점이 있어 기뻤다.






레고


콘서트 덕질,레고 덕질 등 

현 직장인이 좋아하는 소재들이 등장한다.

회사에서 콘서트 표 예매하려고 

퇴근을 늦게 하는 일이 있었다.

콘서트 티켓팅 표는

저녁 6시 혹은 8시 즈음 

풀리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이처럼 현실을 잘 읽는 소설에서 

빠질수 없는 부분은 "연대"라고 생각한다. 

 '거북이알'과 나, 

 나와 케빈과의 연결고리는 덕질이다.

 이들은 모두 회사에 소속된 

 을이라는 점이 공통적이다. 


 현실속 직장인의 포인트들을 찾아, 

 유쾌하게 터트려주는 그런 소설이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소설은

 마음 터놓는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갑다. 

 "나만 혼자서 견디는 게 아니구나"

  하는 위안이 드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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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대로 읽기2018. 7. 8. 22:50







3차 면접에서 돌발 행동을 보인 MAN에 관하여

박지리 저 | 사계절 | 2017.12.15



<책 소개>

이 책은《다윈 영의 악의 기원》의 저자 

박지리의 신작으로, 작가 사후에 출간되는 첫 책이다. 

제목부터 독특한 이 작품은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라 

제도권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대입 시험과 취업이라는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또 어떤 삶을 살게 될지 보여주는 이 작품은 

기발하면서도 기이하다.



<홀릭의 책 리뷰>


48번의 면접에 탈락하고 또 다시 면접을 

준비하는 취준생이 주인공이다. 

과자 만드는 회사의 2차 면접에 합격하고, 

3차면접은 합숙면접이라는 관문이었다.  

이는 4주간의 연수원 생활이다. 

면접은 말과 행동 하나하나 

타인의 시선으로 평가당하는 행위이다.

기업의 이윤 추구를 위해 돌아가는 시스템. 

거대한 공장에서 

하나의 부품이 되는 연수원 생활에서

부조리하고 부당한 면이 표출된다.

항의하지 못하는 면접자들의 스트레스는 

광기와 집착을 불러온다.  


책 서문에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라는 성경 구절이 나온다.


이 구절은 m의 연수원 생활을 암시한다. 

 
이 소설은 연극의 형식을 빌린 점이 

독특했다. 

독백이 있고, 연극의 지문도 있다.

주인공 m조차도 하나의 배역처럼 느껴졌다. 

어느 회사라도 들어가고 싶은 취준생1을 

연기하는 배우같았다.

전반적으로

우울하고 우중충한 분위기가 연상된다. 

잔인한 장면은 전혀 없으나

스릴러 소설을 읽은 것처럼 

등골이 서늘해졌다. 




<책갈피>


1. 

개인의 취향에 따라 입사 지원서를 

낼 수 있는 세상은 M이 태어나지도 않았던 

몇십 년 전에 이미 끝나 버렸다.

지금은 아무리 과자를 싫어하는 사람도,

과자 회사가 사원 모집 공고를 낸 이상

거기에 지원하는 것이 

의무가 된 세상이다. 



2. 

수많은 빌딩이 기둥처럼 

이 도시를 떠받들고 있다.

실제로는 비교 불능일 정도로 작지만

원근법으로 인해 가장 크게 도드라진

이 머리숱 적은 세 명의 면접관은

이 많은 빌딩과 그 안에 뚫어 놓은 

하나하나의 유리창을 책임지고 있는 

절대자들처럼 보인다. 



3. 

아무리 애써도 

자기가 존재하는 곳의 시스템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면, 

앞으로는 어떡해야 할까. 


4. 

가장 수치스러운 건 말이죠......

(어느새 뺨에 눈물이 흐르고 있다.)

죄를 눈감아 주는 거예요......

아무 벌도 내리지 않는 거예요......

하느님이라도 된다는 듯 

나를 지긋이 바라보는 거......

나를 이해하는 거.......

그것만큼 견디기 어려운 게 없어요.




* 하트(♥)와 댓글을 먹고 살아요. 고맙습니다! *











Posted by luvhol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