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읽기2018. 8. 26. 22:20

김경희


남들처럼 사는 것과 

나답게 사는 것 

그 사이 어디쯤.


찌질한 인간 김경희

김경희 저 | 빌리버튼 | 2017.12.15



퇴사 후 "직업이 뭐예요?"라는 질문은 

날 당황하게 만든다.


"아..저는 퇴사를 하고..

독립출판물을 만들었어요."

"아..저는 지금 온라인으로 마켓을 운영하고 있어요."

"아..저는 지금 글을 쓰고 있어요."


명사 하나로는 설명할 수 없는 나의 직업.

지난날 "회사원요."라고 

짧게 말을 내뱉었던 시간이 스친다.



작가는 <회사가 싫어서>라는 책을 

필명으로 냈던 경험이 있고, 

이 책은 2번째 책이라고 한다.


<찌질한 인간 김경희>

확실한 직업인 회사원을 때려치고서 

불확실한 세상으로 걸어나간 기록이다. 


'회사원'이라는 한 단어로 

내 직업을 정의할 순 있지만 

지금 나의 관심사를 설명해주진 못한다.

저자 김경희가 하는 일들은 

독립출판물, 

마켓에서 파는 물건, 일하는 서점 등 

현재를 설명해 준다. 




물음표



나 지금 잘 살고 있는 건가? 

라는 질문을 이따금 한다.

보통 잘 살고 있지 않을 때 한다.

잘 살고 있을 때는 아무 생각이 없는데,

왜 하필 잘 못 살고 있을 때만 

이런 질문이 떠오르는 걸까?



이 대목에서 공감 백퍼센트였다. 

잘 살고 있을 때는 생각할 겨를이 없다.

충실하게 살고 있지 않을 때,

주어진 시간이 많을 때에 특히 생각이 많아진다.

아니, 생각만 많다.ㅋㅋ 


책 속 김경희가 3일에 한 번쯤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좌절하는 것은 

나의 모습과 겹쳐졌다. 

남의 카카오톡 프로필, 총천연색 여행사진을 보면  

부러워지는데 여행이 다가오면 귀찮음이 앞선다.

부러움, 질투를 인정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4주간의 수업이 끝났다. 

49초 남짓 되는 16마디를 

겨우 만들어내고서야 

음악에 흥미를 완전히 잃었다.

나는 깨달았다. 

나를 좌절케 했던 타인의 재능에는 

숨겨진 시간이 있었다는걸.



'아버지 날 보고 있다면 정답을 알려줘.' 



저자는 작곡 수업을 들어보고

'이 길이 아니구나' 하고

좌절하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송민호의 '겁' 가사를 인용하는 센스가 

보통이 아니었다.ㅎㅎ 

좌절과 자학을 했다 치면 

웃음으로 승화시킨다. 

이런 긍정적인 태도를 배우고 싶다.


삶의 내공이 느껴지는 글들,

민낯을 공개하는 일기 읽기가 퍽 즐거웠다. 



빠른 걸음으로 이동시간을 줄이고 

뛰다시피 다녔지만,

전설이 되는 일은 없었다.

이제는 천천히 걷는다.

김태희는 역시 김태희고,

김경희는 어쩔 수 없는 김경희다. 



* 하트(♥)와 댓글을 먹고 살아요.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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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대로 읽기2018. 8. 19. 15:30



N.E.W. 

김사과 저 | 문학과지성사 | 2018. 8. 8



<책 소개>

: 작가 김사과의 미연재 신작 소설


2013년 『천국에서』이후 

5년 만에 발표하는 장편인 『N. E. W.』에서 

김사과는 당신이 발 디딘 여기의 오늘을 살피고 

다음 세대가 맞이할 '멋진 신세계'를 가늠한다. 


“이 세계는 끝난 것이 아니라 

'더 나쁜 쪽으로' 나아갈 여지가 남아 있다”며 

'남은 자들의 세계'는 『N. E. W.』에 드러난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요, 

새로운 시대엔 새로운 시대에 맞는 

거짓말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새로운 세계에 걸맞은 환상이요.” 





<홀릭의 책 리뷰>

오손그룹을 일으킨 정대철,

그의 아들 정지용의 탄생으로 이소설은 시작한다. 

그들은 고상한 '부르주아'로 비춰지는 재벌 가족이다.

하지만 실상은..

정대철은 게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고,

정지용은 흐리멍텅한 눈빛에 삶에 의욕이 없다.

정지용과 집안에서 맺어준 결혼을 하는,

재벌가의 며느리가 된  

최영주는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낀다.


그녀는 평소 존경하던 

페이스북 COO 셰릴 샌드버그의 명언을 떠올렸다.

누가 우주선에 태워준다고 하면 

군말 없이 타야 한다.

자리가 어디인지 묻지 말고, 일단 타라!

'그래서 타긴 탔는데요, 

근데 나는 승객이 아니고 

혹시 연료였던 게 아닐까요, 엄마...?'




오손그룹은 21세기 인재 양성을 위해 

L시 뉴타운 개발사업 착수한다.

L시 뉴타운 그들이 사는 아파트에는 

5평의 비좁은 방부터 펜트하우스까지 다 있다.

서울 근교 뉴타운에서 볼 수 있는 행태여서

사실적인 부분이었다.


고졸출신 유튜버인 이하나는 

5평에 살고 있지만 

탑으로 가고자하는 욕망의 인물이다.

정지용을 만나 상류사회에 발을 담근다. 





하지만 이하나는 그런 소박한 행복들을 

고려해볼 여지도 없이

꽃밭 속에 내동댕이쳐졌다. 

단숨에 세상 꼭대기에 놓이게 된 이하나는,

시차와 아찔한 현기증에 대해서 

숙고해볼 틈도 없이 

이 꽃밭에서 저 꽃밭으로, 계속해서 옮겨졌다.


정대철 회장은 

대체 이게 무슨 말인지 싶은 선문답을 한다.

권력과 돈이 있기에 

언어유희에 가까운 그 말들은 포장이 된다. 


또 한 번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어요.

뭔가 대단한 것이라도 발견한 사람 같은 표정으로 

'엔, 이, 더블유, 뉴 N.E.W가 현대 세상을 결정했다.'

그게 무슨 약자인지 아세요?

신경학 neurology, 전기 electricity, 

제2차 세계대전 World War 2, 

진짜로 그렇게 말했다니까요. 믿어지세요?

제 아버지가 이렇게 황당할 정도로 

유치한 사람이라는 것이? 

그런데 사람들은 아버지를 두려워하죠. 



자본주의의 껍데기- 이를테면, 

최신식 아파트, 브랜드제품, 최고급 음식들이 

이 소설에 버젓이 이름 그대로 등장한다. 

이 세계의 상류층들은 사냥을 즐긴다. 

약한 동물을 잡아 먹듯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이용하고 돈을 준다. 

몰랐던 사실도 아니지만 소름끼쳤다. 


그 세계에서 소수 권력자를 제외하고 

나머지 인간들은 무력하다. 

부품과도 같고, '옮겨지는' 존재로 그려진다. 



새로운 소설은 아니었다. 

재벌가의 통속 스토리는 

드라마의 단골 소재이기도 하니까.

이해하기 어려운 

인물들의 속내가 더해져 혼란스러웠다. 

N.e.w는 대혼란의 세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 이 포스팅은 서평단에 응모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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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대로 읽기2018. 7. 29. 23:20

서유미 소설집


 모두가 헤어지는 하루 

서유미 저 | 창비 | 2018.7.20


<홀릭의 책 리뷰>


창비에서 서평단으로 당첨된 책이다.

서유미 작가님의 책 <홀딩,턴>은 

올해 초에도 서평을 작성했었고,  

실제로 그전 장편들

(판타스틱 개미지옥, 쿨하게 한걸음,

당신의 몬스터, 홀딩 턴)의 팬이었다

장편만 읽어왔기에 단편은 어떨지 궁금했다. 


이 책을 읽고

 "모두가 헤어지는 하루"라는 

제목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봤다. 

헤어짐은 사랑하는 대상이 떠났거나, 

함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모두'는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일상의 이별들을

객관적인 문체로 이야기한다.  

20대~60대 세대 공감을

 이끌어 내는 단편들로

'2018년 현재' 일어나는

 삶의 그림자를 찬찬히 비춰준다.



<에트르>

고급 빵집 '에트르'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인 주인공.

빵집에서 주6일 내리 일하지만 

유리창 너머 비싼 케이크는 "그림의 떡"이다. 

주인공에게 서울도 스쳐가는 곳일 뿐이다. 

알바를 전전할 수 밖에 없는 

서른살의 모습을 보여준다. 

뿌리내리지 못한 모습에 쓸쓸함을 느꼈다. 


<개의 나날>

주인공은 음지에서 

떳떳하지 못한 일로 돈을 번다.

돈이 생기면 먹고 마시는데 

다 허비하는 나날을 보낸다.

하류인생을 살아가는 그에게 

어린시절 유일하게 

온정을 주었던 아저씨의 기억. 

아저씨가 죽고 그의 앞으로 

남긴 유품이 도착하는데..

눈물이 날 것 같은 이야기였다. 


<휴가>

극사실주의 소설로, 

휴가는 회색조로 진행된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부부가 등장한다.  

모처럼의 휴가이지만 

회사에서 근무하는 것과 

별다를 것 없는 날이었다. 


<뒷모습의 발견>

아내는 속초 여행에서 남편의 실종을 접한다. 

그 여행은 결혼 10주년 여행이었다.

결혼예물인 귀걸이를 잃어버리고,

태풍이 다가오는 

불길한 징조를 놓치지 못한다.

무언가를 잃어버린 후에야 

그 사람에 대해 돌이켜보게 되는 걸까. 


<이후의 삶>

주인공은 부부싸움 후 

사우나로 도피하는 것이 습관이다.

이혼을 겪고, 본격적으로 

사우나에서 숙식하게 된다. 

사우나라는 공간은, 

마음 둘 곳 없는 사람들에게 

밥 먹고 씻고 잠을 자고 여가를 보내는

'가족 빼고 다 있는 공간'으로 등장한다. 

사우나를 스쳐가는 사람들의 

익명성과 개방성이 있는 공간으로 

설정한 점이 흥미로웠다. 


<변해가네>

중요한 날이 겹치는 타이밍이 있다.

딸의 출산날, 그리고 

치매 증상이 심해진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시고 가는 하루. 

자식으로서의 도리를 해야 하고,

자식 걱정하다 하루가 간다.

그 날은 

인생을 돌이켜보는 중요한 하루였다. 




<책갈피>


1.

집에 대한 고민은 

새해맞이 케이크로 어떤 걸 고를까,처럼 

간단하거나 달콤하지 않았다.

휴식시간이 줄어들거나 

휴식의 공간이 좁아지는 것, 

둘 중에 어느 쪽이 더 견디기 쉬울 지 

선택하기 어려웠다. 

- 에트르 / 서유미 


2.

완전히 헤어지는 게 

아니라는 말은 거짓이었다.

나는 하굣길에도 

뒤에서 어른의 발 소리가 나면 

조심스럽게 돌아보곤 했다.

그러나 등 뒤에는 늘 

낯선 사람이 서 있었다.

그때마다 세상에 나 혼자뿐이라는 걸,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고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걸 확신했다. 

- 개의 나날 / 서유미


3.

꿈조차 없는 잠에서 

쫓겨나듯 깨어나면 

온몸이 식은땀으로 축축했다.

이혼을 통해 불행에 대한 맷집이 세졌고

더 나빠질 게 없다고 자신했는데

농축된 불행을 

한두 스푼 삼킨 것에 불과했다.

- 이후의 삶 / 서유미 


4.

환갑쯤 되고 보니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그저 그때 힘들었지, 라는 

전체적인 인상만 남아 있을 뿐 

세세한 내용은 흐릿해졌다.

이 일과 저 일의 경중, 

아픔과 후회가 뒤섞여 구별이 어려워졌고

몇개의 장면, 몇마디의 말, 표정만이 남았다. 

- 변해가네 / 서유미



* 이 포스팅은 서평단 이벤트에 응모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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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대로 읽기2018. 7. 22. 23:00



실수하는 인간 

저자: 정소현 | 문학과지성사 | 2012.09.28



<책소개>

그것은 정말로 실수였는가?

2008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양장 제본서 전기》가 당선되며 등단한 

정소현의 첫 소설집 『실수하는 인간』.
 
등단작을 포함하여 

여덟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으며, 

젊은 작가다운 신선한 면모가 돋보이면서도 

남다른 집중력을 보여준다. 

작가는 가족, 나아가 '엄마'라는 

미묘하고도 불운한 근원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이를 억압, 유기하는 비정상적인 부모로 인해 

내상을 입고 자란 아이는

 '실수하는 인간'이 된다. 





<홀릭의 책 리뷰>


이 책은 영화로 치자면 

역사물, 범죄물, 스릴러물, sf물 등 각양각색의 

단편모음집이다. 상상력이 기발하다!

8편의 이야기가 전부 다르게 숨쉬고 있다. 

그래서 매 이야기를 점프할 때마다 

새로움을 느꼈다. 

  

제목 '실수하는 인간'은 반대의 의미이다.

과거의 큰 잘못을 

실수라고 합리화하는 것이다.

 학대받은 유년시절, 

불행한 가정, 돈에 대한 집착 등 과거에 갖혀 

현재, 미래엔 걷잡을수 없는 

비극의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양장 제본서 전기> 

이혼 후 알콜중독에 걸려 

자식도 못알아보는 엄마, 떠나버린 아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주인공은 

출생연도의 신문을 뒤지러 도서관을 찾다가 

한 서비스를 알게 된다. 

몸은 사라지지만 

정신(기억)은 제본되는 획기적인 서비스이다.

합법적인 안락사 시스템인데 

원하는 기억만을 저장할 수있는

상상에서 가능한 이야기이다.

고통스러운 삶에서 벗어나 

미동없는 책으로 남고 싶은 마음이 느껴졌다. 


<실수하는 인간> 

주인공은 좁은 여인숙 허름한 방에 살며 

실수로 계속해서 식물을 죽인다. 

그 전에는 아버지를 (사고로) 죽이게 되고.. 

그 사건이 기사에 올라올까봐 검색을 하는데

또다른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자신이 지목된 것을 발견한다. 

어린시절의 학대가 불러오는 큰 파장은 

살인이었다. 

실수라고 믿는 것이,  

더 큰 비극을 불러오는 것이 공포였다. 

한 여름밤에 등골이 서늘해지는 소설이었다.


<너를 닮은 사람> 

"도움을 받았던 옛 인연, 

너무 힘들어 끊어버렸던 인연이 

다시 악연이 되어 나타난다면 어떨까?"

에서 시작하는 소설이다. 

주인공은 

자신의 딸을 폭행한 선생님이 되어 

나타난 그 여자를 마주한다. 

반전의 결말까지 보고 나니  

누가 피해자인지, 

누가 가해자인지 모를 지경이 되었다. 


 <지나간 미래>

6.25전쟁 당시 이산가족의 아픔을 담은 소설.

주인공은 전쟁통에 남편을 잃어버린다.  

자신이 미래를 보는 능력이 있어 

남편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이 소설엔 과거, 현재, 미래가 뒤섞여 있다.

그런 점에서 제목이 탁월하다고 느꼈다. 

전쟁은 끝나도 

   비극의 시간은 계속해서 흐른다.     








<책갈피>


1.

그는 2년이 넘도록 같은 문장을 

반복해 써 내려갔다.

'아버지를 죽였다. 실수였다. 

아니다 실수가 아니었다. 아니다 실수였다.' 

문장을 쓰다 보면 자신이 저지른 일이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니라

문장으로만 존재하는 일인 것처럼 느껴졌다. 

- 실수하는 인간 中



2.

나는 안다. 

그들이 보고 있는 것은 네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죄책감이라는 것을.

혹여 네가 정말 너라 할지라도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 너를 닮은 사람 中


3.

그렇게 보고 싶어도 보이지 않던 앞날이 

잘 때마다 눈앞에 나타났다.

이 고통이 언제쯤 

어떤 방식으로 끝나는지 미리 안다면 

지금보다는 덜 고통스러울 것 같았지만

그렇게 가까운 미래는 보이지 않았다.

내가 보는 것은 아주 먼 미래인 것 같았다. 

- 지나간 미래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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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대로 읽기2018. 7. 15. 22:35

각설하고,


각설하고, (김민정 산문)

김민정 저 | 한겨레출판사 | 2013.12.27


<책 소개>


솔직한 언어와 역동적인 감각으로 

주목받아온 시인 김민정의 첫 산문집

 《각설하고,》가 출간되었다. 

등단 후 근 14년간 여러 매체에 연재했던 

글 가운데서 묶어낸 이 책은 

책을 쓰는 삶(시인)과 

책을 만드는 삶(편집자)을 

동시에 살아가는 그녀가 

일상 속에서 스쳐가는

‘순간순간들의 등짝에다 

찍찍 포스트잇을 붙여야 했’던 것들의 

기록이다. 

그 기록은 시, 사람, 

그리고 사랑에 관한 것들이다.



<홀릭의 책 리뷰>


'각설하다'는 '말이나 글 따위에서, 

이제까지 다루던 내용을 그만두고 

화제를 다른 쪽으로 돌리다.'라는 뜻이다. 


제목이 눈길을 끌어서 

도서관에서 집어든 책이었다. 

'각설하고,' 뒤에 오는 내용은 

솔직한 심정일 것 같아서였다. 


그림없이 글만 빽빽한 책인 점이 독특했다. 

가끔은 활자만 가득찬 책들을 

읽고싶어질 때가 있는데, 

마침 그 타이밍에 보게된 책이었다. 


이 책은 김민정 시인의 짧은글, 

언론 기고글을 모아 만든 책이다.   

특히 640자에 맞춰 기고했던 글들이, 

분량은 짧으면서 긴 여운이 느껴졌다.

글속에 흥과 풍류가 있고, 

일상생활에서도 바른 소리를 숨기지 않는 

시인의 면모를 낱낱이 보여주었다. 

산문을 통해서 시와 시인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는 책이었다. 




<책갈피>


1.

이게 사는 걸까.

어떤 사람으로 어떻게 살아야 

지극히 온당한 삶이라 할까.

그 소싯적 화두에 

여러 달째 불면의 밤을 보내는데 

한 어르신이 이런 메시지를 보내오셨다.

'내려놓기! 가끔 내버려두기' 




2.

시인들 말이야,

죽기 전에 자선 시 한 열 편 정도 

낭송한 거 녹음해뒀다가 

장례식장에 틀어놓으면 어떨까?


- 좋긴 한데... ...너무 슬프지 않을까.

무지 눈물 나지 않을까.


그래도 마지막 가는 길에 

자기 시 듣고 가면 덜 외롭지 않겠어? 



3.

그 많던 화분을 다 죽여버린 나와 달리 

부모님 집 베란다는 

평생이 사시사철 푸르다.

채 열을 넘지 않지만 저마다 이름이 있고

어느 하나 어느 하루 

손 안타는 녀석이 없다.

나는 그렇게 컸을 것이다. 



4.

잘 속고 잘 속죄하나 

잘 속이지 못하고 잘 솎아내지 못하는 나.

어떤식으로든 변명으로밖에 들릴 리 없는

이 빤한 글을 쓰고 있는 건 

그럼에도 한 시인의 말마따나 

나는 미래로 가는 차,

어쨌든 나아감을 믿는 바퀴로 

구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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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대로 읽기2018. 7. 8. 22:50







3차 면접에서 돌발 행동을 보인 MAN에 관하여

박지리 저 | 사계절 | 2017.12.15



<책 소개>

이 책은《다윈 영의 악의 기원》의 저자 

박지리의 신작으로, 작가 사후에 출간되는 첫 책이다. 

제목부터 독특한 이 작품은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라 

제도권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대입 시험과 취업이라는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또 어떤 삶을 살게 될지 보여주는 이 작품은 

기발하면서도 기이하다.



<홀릭의 책 리뷰>


48번의 면접에 탈락하고 또 다시 면접을 

준비하는 취준생이 주인공이다. 

과자 만드는 회사의 2차 면접에 합격하고, 

3차면접은 합숙면접이라는 관문이었다.  

이는 4주간의 연수원 생활이다. 

면접은 말과 행동 하나하나 

타인의 시선으로 평가당하는 행위이다.

기업의 이윤 추구를 위해 돌아가는 시스템. 

거대한 공장에서 

하나의 부품이 되는 연수원 생활에서

부조리하고 부당한 면이 표출된다.

항의하지 못하는 면접자들의 스트레스는 

광기와 집착을 불러온다.  


책 서문에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라는 성경 구절이 나온다.


이 구절은 m의 연수원 생활을 암시한다. 

 
이 소설은 연극의 형식을 빌린 점이 

독특했다. 

독백이 있고, 연극의 지문도 있다.

주인공 m조차도 하나의 배역처럼 느껴졌다. 

어느 회사라도 들어가고 싶은 취준생1을 

연기하는 배우같았다.

전반적으로

우울하고 우중충한 분위기가 연상된다. 

잔인한 장면은 전혀 없으나

스릴러 소설을 읽은 것처럼 

등골이 서늘해졌다. 




<책갈피>


1. 

개인의 취향에 따라 입사 지원서를 

낼 수 있는 세상은 M이 태어나지도 않았던 

몇십 년 전에 이미 끝나 버렸다.

지금은 아무리 과자를 싫어하는 사람도,

과자 회사가 사원 모집 공고를 낸 이상

거기에 지원하는 것이 

의무가 된 세상이다. 



2. 

수많은 빌딩이 기둥처럼 

이 도시를 떠받들고 있다.

실제로는 비교 불능일 정도로 작지만

원근법으로 인해 가장 크게 도드라진

이 머리숱 적은 세 명의 면접관은

이 많은 빌딩과 그 안에 뚫어 놓은 

하나하나의 유리창을 책임지고 있는 

절대자들처럼 보인다. 



3. 

아무리 애써도 

자기가 존재하는 곳의 시스템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면, 

앞으로는 어떡해야 할까. 


4. 

가장 수치스러운 건 말이죠......

(어느새 뺨에 눈물이 흐르고 있다.)

죄를 눈감아 주는 거예요......

아무 벌도 내리지 않는 거예요......

하느님이라도 된다는 듯 

나를 지긋이 바라보는 거......

나를 이해하는 거.......

그것만큼 견디기 어려운 게 없어요.




* 하트(♥)와 댓글을 먹고 살아요.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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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대로 읽기2018. 6. 28. 23:30

언제 들어도 좋은 말






언제 들어도 좋은 말 

이석원 저 | 그책 | 2017.09.17



<책 소개>


《보통의 존재》 출간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작가 이석원의 두 번째 산문집

 『언제 들어도 좋은 말』.

 현실적인 소재로 보편적인 공감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탁월한 그답게,  

'이석원'의 언어로 가득한 산문집이다. 


고즈넉한 찻집에서 이석원은 한 여자를 만나고 

그들은 각자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며

대화와 공감을 통해서 

새로운 '관계'는 시작된다. 

작가는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두 사람은 그들만의 법칙을 정해 만남을 이어가고,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감정을 경험한다. 

그 속에서 독자들은 작가가 전하려는 

삶의 이야기와 마주하게 된다.





<홀릭의 책 리뷰>


'언니네이발관'의 보컬이었던 이석원이 

작가로 3번째 낸 책이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이다.


초반에는 자의식이 높은 어투가 거슬렸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야기에 훅 빨려 들어갔다.


이 책은 작가 1인칭 시점의

상대에게 끌려가는 연애 이야기이다. 


책 속에서 이석원이 만난 여자는, 

언니네이발관 노래가 라디오에 나오자 

너무 싫다며 꺼버리는 장면이 있었다. 

(이석원이 '언니네이발관' 

보컬이었다는 사실을 모르고.ㅎㅎ)

이석원은 얼굴이 화끈해지는 순간에도 

자신이라고 밝히지 않고 

천연덕스럽게 넘어가는 센스가 있었다. 

웃기면서 짠한 이야기들을 

아무렇지 않게 술술 풀어놓는다.

읽다보면 웃음이 나오고, 

순도 높은 솔직함에 당황하기도 했다. 


이 모든 이야기가 

작가 본인의 경험담일까, 소설일까? 

궁금해졌다.

마지막에는 소설의 결말을 알게 된 것처럼  

긴 여운이 남았다. 
 








<책갈피>


1.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을 

홀로 기억할 때 

그 순간은 나만의 것이 된다. 



2.

장차 여행은 몇 나라나 더 가볼 수 있고

몇 권의 책을 더 읽을 수 있으며

내 힘으로 마련할 수 있는 

집의 크기는 어느 정도일지가 

점점 계산가능한 수치로 뚜렷해지는 것이다.

남은 생이 보인다고나 할까.

허나 아무리 어른의 삶이 그런 것이라고는 해도

모든 것이 예상 가능한 채로 몇십 년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가혹하다,고 생각하기에

나는 노력하기로 했다.

너무 빨리 결정지어진 채로 

살아가고 싶지 않은 것이다. 




3.

그러나 여전히 책이라곤 

한 글자도 읽을 수 없으며

아무런 하고 싶은 말도, 

그래서 쓰고 싶은 글도 없는 상태에서

단지 누군가가 곁에 있어준다는 이유만으로

갑자기 책 한 권을 뚝딱 쓸 수 있다고 믿었으니

참 얼마나 나다운 섣부름이자 단순함이었나.




4. 


사랑과 이해는 어째서 한 몸이 아니던가.

헤어지고 나서야 

그 사람을 이해하게 되는 일은 

왜 그렇게 많았던가.



가끔은 사랑보다 이해가 더 중요하단 생각이 든다.

가끔이 아니라 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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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대로 읽기2018. 6. 21. 22:30



개인주의자 선언 

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 

문유석 저 | 문학동네 | 2015.09.23



<홀릭의 책 리뷰>


올해 읽은 책 중에서 

가장 크게 마음을 뒤흔든 책이었다.


솔직히 판사의 글이라는 선입견에

어렵진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프롤로그부터 

공감대에 눈물이 찔끔 났다.

이러면 반칙 아닌가. 

이성의 최전선에 있는데,

감성마저 충만하다니..^^
 



이 책은 개인주의자인 

문유석 판사가 들려주는 세상만사 이야기다. 

사회적인 사건, 입시, 제도, 법 등

주제도 방대하나,

따스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저자는 이기주의가 아닌 

"개인주의"를 강조한다.


개인의 의견을 존중하며, 

타인과 연대할 수 있다면

더 나은 사회가 될 것이라는 희망이 보였다. 











<책갈피>
<책갈피>


1. 

장금아, 사람들이 너를 오해하는 게 있다.

네 능력은 뛰어난 것에 있는 게 아니다.

쉬지 않고 가는 데 있어.

모두가 그만두는 때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다시 시작하는 것.

너는 얼음 속에 던져져 있어도 

꽃을 피우는 꽃씨야.

그러니, 얼마나 힘이 들겠어... 


- 드라마 <대장금> 대사 中



2. 

솔직히 내가 쓰는 글의 출발점에는 

'나같이 이기적이고 무심한 사람조차 

자꾸 접하다보니 결국은 깨닫고 

느낄 수밖에 없는 것들이 있더라.

하물며 나보다 훨씬 따뜻한 가슴을 가진 

많은 분들이 이런 일들을 보고 듣는다면 

어떻겠나.

내가 겪은 것들을 알려드리기라도 하고 싶다'는 

안타까움이 있다. 




3.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

불행하고 비참한 처지에 있는 

젊은이들도 있음을 잊지 않는 일일 것이다.

비록 내 친구들, 주변 사람들 중에는 없더라도,

분명히 어떤 젊은이들은 백화점 주차장 바닥에

무릎을 꿇고 모욕을 당하고 있고,

종일 알바 후 1.5평 고시원에 누워 

희망 없는 하루를 마감하고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눈앞의 보자기만한 시간이 

현재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조선시대에 

노비들이 당했던 고통도 현재다. 

미학적이건, 정치적이건 

한 사람이 지닌 감수성의 질은 

그 사람의 현재가 얼마나 두터우냐에 따라 

가름될 것만 같다." 황현산 선생의 글이다. 

나를 포함해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그리 두터운 현재를 갖고 있지는 못하기에 

서로 일깨워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4. 

만국의 개인주의자들이여,

싫은 건 싫다고 말하라. 

그대들이 잃을 것은 

무난한 사람이라는 평판이지만, 

얻을 것은 자유와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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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대로 읽기2018. 6. 11. 23:30

진작 할 걸 그랬어 

김소영 저 | 위즈덤하우스 | 2018.04.30


<책 소개>

삶의 모든 순간들에 책이 있었다!

(전) MBC 아나운서, 

(현) 동네책방 <당인리 책발전소>의 주인 김소영이 

아나운서 퇴직 후 플랜B도 없이 떠난 여행, 

그리고 직접 동네 책방을 열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진작 할 걸 그랬어』. 

계획 없이 미래가 보장되지 않은 곳으로 

스스로 나선 저자는 

일본 도쿄로 책방 여행을 떠났다. 

그 후 서울 합정동에 동네 책방을 열어 

책방 주인이 되면서 겪은 변화, 

새내기 책방지기로서의 

앞으로의 포부와 바람까지 들려준다.



<홀릭의 책 리뷰>


1. 도쿄 서점 기행 - 여행자 김소영  

플랜b(퇴사후 계획)조차 세우지 못한채 

MBC 퇴사를 결심하고 무작정 떠난 도쿄. 

그때도 책이었다. 

방송 출연 정지를 당해 

일없이 회사에 출근할때도 책을 읽었고, 

퇴사 이후 첫 여행도 책방 여행이었으니 

그녀 인생에 책은 뗄 수 없는 존재다.

책 그리고 책을 파는 서점.

이 책의 대부분의 이야기는 '서점'으로 향한다.

문화를 선도하는 <츠타야 서점>부터 

단 한권의 책만 판매하는 서점, 

식사하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서점 등 

도쿄의 이색적인 서점들을 

즐겁게 탐방한 기록이다.    




2. 현실적인 책방지기 김소영    

(책방 운영은) 

"환상이 없어야 지속 가능한 일이에요" 

- 김소영의 인터뷰


그러면서, 내년에 책방이 망할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인터뷰를 보고 

굉장히 현실적인 사람이라고 느꼈다.  

<당인리 책발전소>처럼 

유명인이 경영하는 

서점의 사례는 본적이 없었다. 

새로운 시도였다. 

김소영이 운영하는 

<당인리 책발전소> 추천도서가  

유명서점 베스트셀러 차트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도 일어났다. 

내년 이 책방이 어떻게 될지는 몰라도, 

현재 독서 영역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3. 책을 사랑하는 사람, 김소영

생각의 결을 읽을 수 있어 에세이를 좋아한다.

책을 덮으며 

저자 '김소영'과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이책을 보니 나와 닮은 점이 꽤 있다(고 우기고 싶다ㅎㅎ) 

빵을 좋아하고, 책을 사랑하는 공통점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호감이다.^^ 





<책갈피>


1. 

계획은 오직 하나. 서점을 찾아다니는 것.

열 달 동안 물리도록 읽은 책을 

또 챙기고 있다니 

내가 왜 이럴까 싶기도 했지만.

낯설지 않은, 그러나 일상은 아닌

타국에서 마주할 미래에 대한 막막함으로부터 

독서는 언제나 그랬듯 나를 지탱해줄 터였다. 


2.

서점이라는 공간이 주는 매력은 

마냥 멋짐도 마냥 편안함도 아닌,

그 중간 어디쯤에 있는 듯하다. 


3.

살다 보면 누구나 인생에 한 번쯤 

그런 시기가 오게 마련이다.

무슨 수를 써도, 

아무런 진심도 통하지 않는 시기.

자책과 자학의 시기를 거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기다리는 일뿐이었다. 

그래서 더 책으로 파고들었다. 


4. 

책장에 꽂힌 책들은 독자에게 말을 건다.

우연히 펼친 한 권의 책과 한 줄의 문장에서 

누군가는 꿈을 찾고, 

오래 앓던 고민을 털어내며,

혹은 그날 하루를 살아낼 

힘찬 기운을 얻을 수도 있다. 




* 하트(♥)와 댓글을 먹고 살아요.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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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대로 읽기2018. 6. 4. 23:29



제9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2018)

임성순(소설가), 박상영(소설가) 저 | 문학동네 | 2018.04.04.




[책 소개]

해마다 꼭 구입하여 읽는

 "젊은작가상" 시리즈이다. 

젊은 아이디어로 

생생한 사회 현안을 다루는 단편소설들이다.

책 구성은 

7개의 단편과 각 평론(해설)이 수록되어 있다. 

젊은 작가들을 알리기 위한 책의 취지로, 

1년 동안은 특별보급가 5,500원으로 

판매하는 책이다. 








[홀릭의 책 리뷰] 


표제작 <세실, 주희 / 박민정> ☆

뉴올리언스의 축제인 마르디 그라를 소재로,

시작부터 파격적인 소설이었다.

여성 혐오와 문화의 무분별한 수용이 

불러오는 결과를 보여준다. 

한 발 더 나아가지 못하는 지점이 

아쉽고, 현실적이었다.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 / 

임성순>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풍기는 소설.

미술계에서 이루어지는 뒷거래의 묘사가

적나라해서 흥미진진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공하려는 모습이 섬찟했다.


<그들의 이해관계 / 임현

다분히 이기적인 

인간의 본성에 대해 질문을 한다.  

먼저 손을 내밀면 되는데, 

그러지못해 후회를 하듯이 

읊조리는 소설이었다.  


<더 인간적인 말 / 정영수>

"가까운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이라고

예고한다면? "

존엄사와 윤리 문제-

"죽음의 자기 결정권"을 

가까운 친인척의 일로 다뤘다. 

찬반측의 논쟁이 치열했다.

그속에서 인간적인 것을 찾는다면, 

논쟁보다는 대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한 나날 / 김세희>

기업의 홍보 블로그를 운영하는 업무를 맡은 

신입사원의 이야기.  

가공의 인물을 설정해 

가짜 이야기를 생산해 홍보하는 시스템이었다.

"옳은 일인가?" 생각하기보단 

실적이 우선되는 사회를 담아 

공감하면서 읽었다.


<한밤의 손님들 / 최정나>

속물 가족의 블랙코미디 소설이었다.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괴기스러움이 느껴졌고, 

조금 집중이 되지 않았다.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 박상영> ☆

성소수자와

이라크 파병 소재를 함께 다룬 소설. 

절절하게 슬프고, 지독하게 유쾌하다. 

읽으면서 감정의 널뛰기를 경험했다.  

소수자의 사랑이라고 다르지 않다는걸 느꼈다. 




[책갈피]

1. 

주희는 세실의 작문을 보며,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신경쓰지 않고

문장을 대충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모국어 사용자로서 자신이 가진 

권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뉴올리언스에서 J도 그랬다.

- 세실, 주희 / 박민정 



2. 

왜, 그런 날이 있지 않습니까.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자꾸 그렇게 되어버리는 거.

기가 막히게 신호에 

한 번도 걸리지 않는다거나,

듣고 싶은 노래가 

때마침 라디오에서 나온다거나,

기다린 것도 아닌데 

시계가 정확히 4시 44분을 

가리키기도 하고 뭐 그런거.

그럴때 나는 기분이 이상합니다.

지금 뭔가 잘못되었구나 싶거든요.

뭔지 모르게 벗어난 느낌이 듭니다.

- 그들의 이해관계 / 임현 


3. 

난 그때 그 순간으로 말미암아

한 시절이, 인생의 아주 많은 것들이

순식간에 끝나버릴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원한다면 뭐든 될 수 있다고 믿었던 시절,

세상의 꽤 많은 것들이 

이미 다 정해져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시절,

다섯 개의 색만으로 무슨 그림이든 

그릴 수 있다고 믿었던 시절이 

그렇게 끝나가고 있었다.


-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 박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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